세계 제2차대전 이후 주요 산업별로 기존 생산기술에 대한 환경 파괴적 생산기술의 급속한 대체가 전후 미국의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커머너의 결론은 아마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 예외는 아니다. 커머너의 모형을 일본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본 연구 모두 커머너의 연구 결과와 매우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보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그러나 이 시기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1965년과 1979년 사이에 우리 경제의 총에너지 소비는 3배 정도 증가했음에 반해 당시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 배출량은 아홉 배나 증가했음에 반해 1인당 황산화물 배출량은 거의 7배 증가한 것으로 계산된다.
전력 생산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을 읽을 수 있다. 1962년과 1978년을 비교할 때 총 전력 생산은 16배쯤 증가했으나 전력 생산으로부터의 황산화물 배출량은 거의 20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생산이나 전력 생산이 이렇게 환경 파괴적으로 변한 이유는 화력발전의 급속한 증가와 연료 소비에서 증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에 들어와서도 커머너가 말하는 현상은 여전히 대세를 이루어 온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추진되어 온 중화학 공업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연 10%에 가까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시기로 꼽힌다. 경제성장이 빨랐던 만큼 각종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도 급속도로 증가하여 환경오염도 가속화되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기록적인 빠른 경제성장보다도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는 데에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특정 환경오염 산업들의 급성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석유화학제품, 금속제품, 피혁제품, 식료품, 종이 제품 등을 생산하는 산업의 급신장이 산업폐기물 배출량의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펄프·지류 제조업, 비금속제조업, 비료·농약 등과 같은 화학제품 제조업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질오염이 빠르게 악화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물질의 경우에는 대체로 전력 부문의 기여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환경오염을 가속화시킨 또 하나의 주된 요인은 수출구조의 변화다. 환경오염을 현저하게 유발하면서 만들어지는 상품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면 국내의 환경오염도 그만큼 더 심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피혁제품의 생산은 수질을 심하게 오염시키는데, 피혁제품의 수출이 경제성장률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자연히 국내 수질오염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과 1986년 사이에 7가지 주요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 변화 추세를 분석해 본 결과에 의하면, 수출구조의 변화(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수출상품의 비중 증가)가 이 모두에 걸쳐서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가장 두드러진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구조의 변화가 특히 특정 산업폐기물 발생량의 급증으로 이어졌으며, 수질오염의 경우에는 수출구조의 변화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보다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을 크게 증가시켰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핵심은 수출 주도 성장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 결과를 보면, 그런 수출 주도의 고도 경제성장이 또한 우리의 환경을 값싸게 이용하면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수출은 경제 입국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을 심화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수출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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