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다 보니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법학, 철학, 인류학, 사회학, 보건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환경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분야는 생태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의 영어인 economics와 생태학의 영어인 ecology는 모두 희랍어인 오이코스(oikos)라는 말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오이코스란 가정을 뜻한다고 한다. 생태학은 생체(living organism)와 생체 사이의 관계 및 생체와 이를 둘러싼 비생체(non-living organism)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생태학과 경제학 모두 환경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경제학의 논리나 주장과 생태학의 논리나 주장은 상당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두 학문에서 사용하는 핵심적인 개념들 중에는 비슷한 것들도 많이 있어서 흥미를 끈다.
경제학이나 생태학 모두 구성 요소들 사이의 유기적 상호의존성을 가지는 체계(system)를 다룬다. 경제학이 다루는 전형적인 체계는, 크게 보면, 생산자(혹은 기업), 소비자(혹은 가계), 그리고 정부로 구성된 체계이다. 이 구성 요소들은 한쪽으로는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금전의 흐름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경제학은 바로 이 두 종류의 흐름을 지배하는 법칙을 규명하려는 학문이다. 한편 생태학이 다루는 체계는 소위 생태계(ecosystem)라는 것인데 이 생태계라는 것도 온갖 잡동사니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조직된 집단이다. 생태학이 전형적으로 다루는 생태계는, 크게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체계이다. 각종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은 먹이그물로 대표되는 각종 에너지 및 영양소의 흐름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학이나 생태학 모두 균형(equilibrium)의 개념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룬다. 그러나 경제학이 말하는 균형의 개념과 생태학이 말하는 균형의 개념은 크게 다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은 수요와 공급이 서로 일치하는 상태를 말한다. 수요란 인간의 상품에 대한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고, 공급은 그 상품의 생산비를 반영한다. 생산비는 또한 상품의 생산에 소요되는 자원의 양을 반영한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함에 반해서 인간에게 주어진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무한한 인간의 욕망이 한정된 자원의 범위 안으로 적절히 제한된 상태를 가리키며, 그러한 상황을 압축해서 나타내 주는 지표가 곧 상품의 가격이다. 생태학에서 흔히 평형이라고 표현하는 균형의 개념은 주로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성분자들의 개체 수 혹은 생물량(biomass)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생태계가 풀, 토끼, 그리고 호랑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때, 풀의 양, 토끼의 수, 그리고 호랑이의 수 사이에 어떤 비율이 성립된 후 비율이 장기에 걸쳐 지속되면 이 생태계는 평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학이나 생태학 모두 균형의 개념과 더불어 안정성(stability)을 따진다. 경제학이 다루는 생태계나 생태학이 다루는 생태계는 결국 균형을 향해서 변화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균형상태가 달성되면 이 상태의 지속성 여부가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안정성의 개념과 생태학에서 말하는 안정성의 개념은 균형에로의 회복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즉, 일단 균형이 달성된 상태에서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가해지면 균형이 깨지게 되지만 균형에로의 회복력이 작용하여 다시 균형이 신속히 달성된다면 그 균형은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이같이 경제학과 생태학에 있어서 안정성의 개념은 비슷하더라도 안정성의 조건은 다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이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안정성은 수요의 조건과 공급의 조건에 달려 있다. 대체로 보면, 가격이 싸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면 균형은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게 되고 반대이면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균형으로부터의 이탈은 곧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에서 말하는 안정성의 조건에 대해서도 학자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대체로 보면,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균형은 안정적이고 단순할수록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풀과 토끼로만 구성된 지극히 단순한 생태계에서는 이 중의 하나만 없어져도 나머지는 자연히 없어지기 때문에 이런 생태계의 균형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몇 가지 점에서는 경제학과 생태학은 표면상 비슷한 면도 있지만, 각각 지향하는 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이 두 학문이 생각하는 최적 상태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경제학은 철저하게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어떤 것이 바람직하고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가는 개나 돼지나 호랑이의 입장에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에서 판단된다. 개나 돼지나 호랑이와는 관계없이 결국 인간에게 유익하면 그것은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것이다. 반면에, 생태학은 그러한 인간중심주의를 배격한다. 생태학의 입장에서는 인간이나 다른 생물들 모두 똑같은 존재의의를 가진다. 생태학에서는 어떤 것이 바람직하고 어떤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는 생태계 전체의 입장에서 판단되며,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생태계 전체를 위해서라면 인간의 이익이 희생될 수도 있다.
경제학과 생태학이 생각하는 적정상태의 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경제학은 항상 보다 더 나은 상태에로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경제학이 생각하는 적정상태는 매우 역동적이다.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으로부터 보다 더 많은 상품의 생산 그리고 한정된 상품으로부터 보다 더 많은 사회복지의 창출을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와 노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생태학이 추구하는 최적 상태는 기본적으로 자연 상태에서 형성된 평형이 유지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생태학이 추구하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현상 유지다. 생태학은 생태계에 대한 충격 특히 인간에 의한 무모한 충격을 혐오한다. 이런 점에서 생태학이 지향하는 바는 매우 정태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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